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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비밀공화국’ 인가 |
정부 부처가 최근 5년 동안 만들어낸 국가비밀의 연도별·등급별 현황을 국가기록원이 처음으로 공개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한겨레〉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국세청·검찰·경찰청 등 7개 부처가 1·2·3급, 대외비 등 기밀사항으로 분류해 처리한 건수는 모두 1만6천여 건이나 된다. 통일·법무·외교통상부 등 5개 주요 기관은 공개를 거부했다. 안보 등 국가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가 마치 ‘비밀공화국’에 사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공익을 명백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라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한 명분으로 업무의 특수성을 핑계 삼아 시민의 감시와 개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이후에도 공개 거부 비율이 거의 줄지 않고 있다. 현행 법은 비공개 대상 정보를 늘릴 수 있는 독소조항이 많아 ‘정보공개 거부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참여연대가 단순 현황마저 공개를 거부한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이달 초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도 이런 불신에서 연유한다. 주민 참여와 시민민주주의를 내건 참여정부로서는 낭패스러운 일이다.
정보공개법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비공개 대상 사유를 구체화하고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정보공개심의회가 관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가기밀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밀실주의적 관행과 행태를 계속하는 일부 공직자의 타성을 깨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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