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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자치 파괴하는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 |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학교장에게 교육감의 인가 없이 학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위학교 자율역량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육재정 지원을 성과와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를 이명박 정부 교육 자율화 정책의 종합판이라며 이를 통해 교육자치가 진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에선 자율이란 허울을 내세워 교육자치를 훼손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교육자치의 중심인 교육감의 권한을 빼앗아 학교장에게 주고, 교과부가 정한 성과지표를 통해 시·도교육청을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장의 권한과 책무 강화의 목적을 ‘단위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침해하는 시·도교육청의 규제와 관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칙 제정에 대한 교육감의 인가권을 없애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교과부는 이 규정이 군사정부 시절의 잔재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과부가 이런 내용이 포함된 초·중등교육법 통과에 부쩍 열을 내고 있는 시점이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 등의 문제를 들고 나온 이후인 점을 보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육현장에서도 그동안 여러 사안에서 교과부와 대립·갈등해온 진보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대책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 성과와 재정교부금을 연계시키겠다는 내용 역시 교육자치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교육자치의 목적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교과부가 나서서 획일적인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예산을 이용해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을 유도할 경우, 시·도교육청이 지역별 특성을 살린 교육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학교 자율화 정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교육감과 학교현장에 대한 교육부의 불요불급한 통제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교육감의 권한 가운데 교과부가 지도·감독하게 돼 있는 위임사무의 상당부분을 교육감에게 넘겨줘 교육감들로 하여금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교과부는 국가의 기본적 교육정책 수립에 전념하는 게 교육자치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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