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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판결’ 절차도 내용도 납득할 수 없다 |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4대강 사업의 하나인 ‘한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국민소송단의 소송을 기각했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 국가재정법 등 어느 법률도 위반하는 게 없어 국민소송단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재판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판결 내용도 대부분 정부 쪽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 절차의 공정성부터 문제였다. 4대강 사업은 첨예한 국민적 이해가 걸려 있는 만큼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재판부는 서둘러 변론을 종결했다. 원고가 신청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독일 전문가 증인 신청을 기각하는 등 재판 과정이 대단히 편파적으로 진행됐다. 이런 공정성 문제 때문에 재판부는 기피신청까지 당했다. 그런 재판부가 선고를 강행했으니, 판결의 공정성을 믿을 사람은 드물다.
재판부의 불공정성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재판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10월 정부 쪽 소송을 지휘하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서울행정법원장과 해당 재판장을 만났다. 있어서는 안 되는 지극히 부적절한 만남이었다. 이후 재판부는 입증 기회를 더 달라는 원고 쪽 요청을 묵살하고 심리를 종결했다. 서둘러 선고를 내려 달라는 정부 쪽 요구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판결 내용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판부는 한강 살리기 사업이 국가재정법, 하천법, 한국수자원공사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등 어느 법률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대형 국책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시행해도 되고, 환경영향평가는 대충대충 부실하게 해도 상관없으며, 상위 계획을 따르지 않고 하천 공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재판부가 4대강 사업을 법적으로 무조건 뒷받침하겠다고 작정하지 않은 한 내릴 수 없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또 한강 유역에 보를 설치하더라도 수위 조절로 홍수 예방이 가능하고, 수질도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뒤집고 국토해양부 등 정부 쪽 논리를 그대로 요약해놓은 듯하다. 재판부가 과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이런 판결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불공정한 이번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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