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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기뿐인 오세훈 서울시장, 민심 존중하길 |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와의 정책협의를 거부한 채 ‘모든 권한을 동원해 시의회의 횡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지난 1일 민주당 주도로 무상급식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대응이다. 오 시장은 또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시의회의 무상급식안에 대해 “복지의 탈을 앞세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시장이란 막중한 자리에 있는 오 시장의 처신을 이해하기 어렵다.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갈등하고 견제하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을 다듬어가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해서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마치 전쟁을 하듯이 싸우겠다는 것은 시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어떤 시장도 이런 적이 없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예산 규모는 서울시 예산의 0.3%인 700여억원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2200여억원 가운데 시교육청이 50%, 구청이 20%, 서울시가 30%를 부담하자는 것이 시교육청·시의회·구청장협의회의 공통된 입장이다. 서울시가 700억원만 내놓으면 아무 문제 없이 초등생 전면 무상급식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급식 지원을 하겠다고 말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학습준비물 지원 사업이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도 모순되는 행태다. 스스로 이중 잣대를 쓰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700억원의 예산을 놓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상급식 확대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 대다수의 여론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이 민심을 존중한다면 이를 수용하는 게 마땅하다. 특히 오 시장은 수많은 전시성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서울시 재정을 악화시킨 장본인이다. 요란한 이벤트를 하느라 광화문광장에 쏟아부은 돈만 수십억원이고, 한강예술섬처럼 수백억원씩 들어가는 전시성 사업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그런 곳에 큰돈을 쏟아부으면서 아이들 급식비 700억원을 못 내겠다는 태도를 온당하다고 여기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오 시장은 이제라도 태도를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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