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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5 22:13 수정 : 2010.12.05 22:1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지난주 말 결국 타결됐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미국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일방적인 협상이었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에 대폭 양보하는 대신, 농업 분야 등에서 우리 이익을 챙겼다고 하지만 2007년 6월 에프티에이 타결 때 이뤘다던 ‘이익의 균형’은 현저히 훼손됐다. 더욱이 ‘쇠고기는 지켰다’고 생색을 냈으나, 별도 협의를 통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미국의 이익만 충족시켜준 재협상 결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번 재협상은 한국 차의 미국 수출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에 타결된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한국 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 2.5%는 4년간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협정에서는 우리가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3000㏄ 이하 자동차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게 돼 있어 그나마 혜택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재협상으로 그런 이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25%) 철폐도 기존 협정문에는 9년 동안 단계적으로 하게 돼 있었는데, 이번 재협상에서는 7년 동안 25%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한국 차의 미국 접근을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더욱이 4년 이후 관세가 철폐된 뒤에도 미국은 한국 차의 수출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갖게 됐다. 한국 차의 미국 수출 증가로 미국 제조업체들이 피해를 볼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를 발동해 한국 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처럼 이번 재협상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사실상의 일방적 ‘보호무역협정’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미국 차가 마음대로 들어와 활개칠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현행 8%인 관세율을 협정 발표 즉시 4%로 낮춰주고, 4년 뒤에는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의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수입차 대수도 제조사별로 기존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대폭 늘려주고, 배출가스도 한국산 차보다 19% 완화된 기준을 지켜도 되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자국에서 운행중인 차를 그대로 들여와 한국산 차보다 더 심한 배출가스를 맘대로 내뿜고 다녀도 된다는 식이다. 그로 인한 영향 정도를 떠나 우리 국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굴욕적인 양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재협상 결과를 보고 ‘획기적인 거래’였다고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정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가 있었지만 냉동 돼지고기 등에서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기존 협정문에는 2014년 1월1일까지 25%인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돼 있었는데, 그 시한을 2016년으로 2년 늦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협정 발효 시점부터 얼마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재협상 결과는 기존 협정보다 오히려 유예기간이 줄었다. 당장 2012년부터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율이 현행 25%에서 16%로 낮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얻는 이익은 정말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쇠고기 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국 언론 등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문제를 조만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우리 정부 당국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정부는 물밑에서 어떤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재협상 결과는 조만간 국회로 넘겨져 비준 동의에 부쳐질 예정이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 여권 단독으로 국회 비준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리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협정문의 한 점, 한 획도 고칠 수 없게 돼 있다. 이처럼 여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국회 비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회 비준을 받으려면 그 전에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 굴욕적인 재협상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부끄러운 국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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