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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구제역 방역체계 |
지난달 말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방역망을 뚫고 예천과 영양 등으로 번졌다. 발생 건수가 30건을 넘어섰고, 대상 가축도 돼지에서 시작해 소까지 확산됐다. 방역당국이 가축 10만여마리를 살처분했지만 믿었던 안동 지역 방역망마저 뚫렸다. 가축 16만여마리를 살처분한 2002년을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초기 대응 미숙과 허술한 방역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당국이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 안동을 다녀간 수의사가 신발을 갈아신지 않은 사실이 나중에 확인돼 충남 보령의 돼지 2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의사가 이 정도면 다른 관리는 얼마나 허술하겠는가. 구제역 발생 농가 한곳의 농장주가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를 전혀 관리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허술한 방역망과 미숙한 대응이 구제역 발생과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걱정되는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구제역은 2000년과 2002년 발생했다가 올해 들어 1월 경기도 포천, 4월 인천 강화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번에는 강화발 구제역이 종식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몇달에 한번씩 구제역으로 이런 곤욕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축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구제역을 종식하고 청정국 지위를 회복한다 해도 재발 방지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돼지·소 등의 사육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방역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북에서 다른 도로 번질 경우 그 피해는 추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허술한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외국여행은 급속히 늘어나는데 여행자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변 나라들에서 구제역이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농장주들은 의무적으로 검역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방역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신속한 검사와 확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구제역은 잠복기가 1~2주인 전염병이다. 증상이 나타난 뒤 검사에 다시 며칠을 허비한다면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다. 이번 구제역을 종식시킨 뒤 방역체계에 대대적인 혁신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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