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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 노조가 도와야 풀린다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울산 1공장 점거 파업이 오늘로 24일째를 맞는다. 드물게 오래 지속되는 공장 점거지만 회사는 사태를 풀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차원의 대응도 이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이러니 사태를 원만하게 풀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점거 파업이 계속돼 노사 모두에게 씻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길까 걱정된다.
사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물론 회사 쪽이 쥐고 있지만 이에 못잖게 중요한 게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태도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을 보탠다면 사태는 좀더 쉽게 풀릴 수 있다. 흔히들 정규직 노조가 연대 정신을 발휘해 비정규직의 상황 개선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지금 현대차 노조한테는 연대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협력 정신만 있어도 된다. 정규직들이 대단한 결단을 해야 할 만큼 쟁점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법률과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사내하청 형태로 2년 넘게 일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으로 고용된 걸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도 지난달에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장기간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은 이미 현대차의 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파업은 회사 쪽에 이 사실을 인정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런 태도는 노동자 처지에선 당연하다. 이 점은 정규직 노조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와 같은 거창한 구호조차 내세울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규직 노조가 ‘법대로 하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회사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제로 한 협상이 속히 이뤄지도록 나서야 한다. 법률과 판결 취지가 관철되도록 돕는 것은 정규직한테도 이로운 일이다.
회사도 더는 비정규직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끌면서 비정규직 노조가 지치길 기다리다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20일 이상 난방도 되지 않는 공장에서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정규직화 협상이 사태를 풀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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