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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해를 분쟁수역으로 만들 ‘서해5도 요새화’ |
정부가 연평도 포격 후속 대책으로 군사적 대응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서해5도를 군사 요새화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일자리 대책을 함께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군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공중 폭격으로 대응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놓고 한-미 사이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말하는 요새화는 서해5도 대부분의 지역에 지하갱도 시설 등을 만들고 첨단 무기와 병력을 증강배치하자는 말로 들린다. 정부는 1958년 중국군의 첫 포격을 시작으로 무려 21년간 푸젠성 해안기지와 상호 포격전을 벌인 대만 진먼섬을 모델로 삼는 듯하다.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사 근거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런 접근은 무엇보다 고통받는 연평도 주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져 보인다. 요새를 잘 구축하면 군인들은 엄폐물을 활용해 나름대로 응전하기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번과 같은 충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근원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대피시설을 번듯하게 짓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새화 방안은 인천 연안부두로 피난한 주민들의 연평도 복귀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처방은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잘못 헤아린 것이다.
또한 서해5도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북한군을 압도할 전력을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북쪽은 넓은 해안선을 따라 핵심 전력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지만 남쪽은 좁은 섬에 전력을 증강한다는 게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서해5도를 요새화할 경우 북한이 대응태세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해주를 비롯한 북쪽 주요 지역의 목젖에 해당하는 위치에 상륙부대인 우리 해병대를 증강배치할 경우 상대방은 심각한 위협 증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정부의 처방은 서해5도 지역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되레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섬 지역을 두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요새화하겠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북쪽 의도대로 이 일대가 점차 분쟁수역화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군사대응 중심으로 가서는 서해5도를 안정시킬 수가 없다. 정부는 요새화 방안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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