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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고도 ‘친서민 정부’라고 거짓말할 건가 |
한나라당이 그제 날치기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은 폭력적인 처리 과정만큼이나 내용도 문제다. 4대강 사업 예산은 거의 정부안대로 통과시키면서 영유아 양육수당 등 쥐꼬리만한 친서민 예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부·여당은 이러고도 무슨 낯짝으로 친서민 정부라는 뻔뻔스런 거짓말을 계속할지 궁금하다.
이번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결국 4대강 사업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기 위한 것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당은 9조6000억원(수자원공사 예산 포함)에 이르는 내년도 4대강 예산안 중 겨우 2700억원만 삭감한 채 통과시켰다. 삭감 규모가 전체 예산의 2.8%에 불과해 생색내기에 그쳤다. 수공의 4대강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 지원금액도 올해보다 무려 264%나 늘린 2550억원이나 된다. 한나라당은 이를 한 푼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4대강 사업을 한 치의 차질도 없이 밀어붙이기 위한 예산을 확실하게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도 정부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수공은 하천법이나 자연환경보전법 등에 구애받지 않고 4대강 주변에서 주택단지나 레저·관광시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여당 의원조차 수공에 너무 많은 재량권을 준다며 반대표를 던질 정도였다. 4대강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변 환경을 파괴할 게 뻔한 친수구역 특별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여당은 4대강 예산과 관련법안은 철저히 챙기면서 친서민 예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부·여당은 지난 9월 상위 30%를 제외한 중산층까지 영유아 양육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서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예결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증액하기로 한 예산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영유아 예방접종에 대한 지원비 증액 약속도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결국 9조원이 넘는 돈을 4대강 사업에 쏟아붓느라 몇천억원도 안 되는 친서민 예산이 실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친서민 정권이라고 내세우는 이 정부의 이중성이 가증스럽다. 앞으로는 제발 친서민 정부니 공정사회니 하는 말이라도 꺼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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