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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죽자사자 4대강 문제 방송 막는 KBS 경영진 |
<한국방송> 경영진이 끝내 4대강 문제를 다룬 ‘추적 60분’의 방송을 막았다. 그제 저녁 방송 예정이었다가 보류된 프로그램은 낙동강 공사 구간 사업권을 둘러싼 국토해양부와 경상남도의 논란을 다룬 것이다. 4대강 문제에 대한 심층보도를 찾기 힘들던 한국방송에서 모처럼 만든 심층 취재물이다.
공영방송 경영진이라면 국가적 논란거리를 적극 보도하도록 격려해야 마땅하지만 한국방송 경영진은 정반대의 행태를 보였다. 예고편까지 나간 마당에 갑자기 보류 결정을 내리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와 제작진의 정상 방송 요구를 끝내 묵살했다. 보류 결정의 이유도 어이없다. 10일로 예정된 4대강 관련 재판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군색한 변명을 포장하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1조를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확대해석했다. 11조는 “방송은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을 문자 그대로 따르더라도 재판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을 빼고 방송하게 했어야 한다. 전체 방송을 막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내용을 문제삼기 어려우니 규정을 교묘히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경영진의 잘못은 이것만이 아니다. 내부 검열을 위해 재판을 핑계로 댐으로써 판사들을 방송 프로그램에 좌우되는 경솔한 이들로 치부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방송 보도 기능 전체를 스스로 부인한 꼴이라는 점이다. 경영진 논리대로라면 한국방송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재판중인 사건을 모두 빼야 할 판이다. 이는 언론 기능의 포기나 다름없음을 경영진이라고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은 정당하다. 공영방송으로서 파국의 길로 한국방송을 끌고 가고 있음을 경영진은 명심하기 바란다. 진실로 시청료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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