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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확산을 위해 안달복달하는 노동부 장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간제 비정규직의 사용기간 2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꺼냈다. 박 장관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면 사용기간을 2년 이상으로 하거나 계약의 반복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 조건을 뒀다곤 하지만, 그나마 있는 비정규직 확산 억제 장치마저 무력화하려는 발상이다. 곳곳에서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어떻게 이런 방안을 들고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비정규직 확산 억제 장치를 약화시키려 시도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법이 실제 적용되면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거라며 규정 완화를 추진했다. 노동계 등의 반대로 법 개정 시도가 저지되고, 당시 정부가 퍼뜨린 ‘70만 해고 대란설’ ‘100만 해고 대란설’ 등이 결국 거짓으로 판명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그 뒤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풀자는 소리가 잠시 잦아드는 듯싶었으나, 올 하반기부터는 제한 규정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면적인 법 개정이 만만치 않자 우회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10월 확정한 ‘2020 국가고용전략’에 담긴 예외조항 확대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 생기는 기업에 대해서 2년 제한을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국가고용전략에 담긴 방안이 비정규직 확산 억제책을 절반쯤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면, 박 장관이 거론한 내용은 무력화 시도를 마무리지으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합의라는 전제를 빌미로 계약기간이나 계약 갱신 회수에 어떤 제약도 두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방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노사간 합의’라는 조건은 사용자가 내세우는 일방적인 고용조건으로 변질될 게 뻔하다. 일자리가 절박한 구직자나 비정규직이 사용자와 대등한 협상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사용자가 내세우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합의 거부가 실직을 뜻하는 상황에서 이런 ‘노사간 합의’는 허울일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비정규직 억제 장치의 무력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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