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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님 사업’ 앞에선 감사원도 정부부처도 추풍낙엽 |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과 관련된 지역에 배정된 이른바 ‘형님예산’이 이 정부 출범 뒤 10조원에 이른다고 민주당이 그제 발표했다. 특정 의원과 관련된 지역에 이렇게 천문학적인 예산이 배정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없던 예산이 추가되는 등 예산 배정 과정도 석연치 않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형님예산 10조원은 물론 실제로 배정된 예산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계속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예산을 계속 받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 의원 지역 관련 사업에 10조원의 예산이 배정되도록 되어 있다. 내년 예산에 기본설계비 125억원이 처음 반영된 포항~영덕 고속도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 지역구와 관련된 사업에 이렇게 대규모 예산이 배정된 것은 대통령 형이라는 위력 때문임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포항 지역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니 ‘형님’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만하다. 국민 혈세를 ‘형님 쌈짓돈’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형님예산이 배정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감사원이 경제성이 없다며 중단시킨 포항~삼척 철도 건설 사업은 사업타당성 재검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갑자기 예산이 배정됐다. 여당은 감사원이 경제성이 없다고 해도 ‘정치적 판단’으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데, 이만저만한 궤변이 아니다. 여당과 정부의 해명도 서로 아귀가 안 맞는다. 말 못할 뒷배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더는 사회간접자본(SOC) 신규 투자가 없다는 정부의 약속도 형님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무려 2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내년에 새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 정책기조가 특정인에게 이렇게 마구 휘둘려도 되는지 한심할 뿐이다.
점점 권위주의화하고 있는 이 정권에서 대통령의 형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막강한 권력이다. 이번 예산안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형님예산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형님예산이 배정된 모든 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하고, 의혹투성이인 예산 배정 과정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 예산 배정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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