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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군대인가, ‘영포라인 군벌’인가 |
참으로 치졸하다. 어제 육군 수뇌부 인사 얘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대장급 인사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곧바로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의 부동산 문제가 한 언론에 의해 불거졌다. 이 문제는 이전 보직에 기용될 때 그런대로 검증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후 황 총장은 ‘알아서’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경북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김상기 대장이 후임자로 발탁됐다. 결국 대통령 형제의 고교 후배를 총장으로 만들고자 모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신임 장관도 바보가 됐다. 군 내부에 영이 설지 의문이다.
군 인사법상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은 임기 2년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령 책임자한테 최소한의 안정적 입지를 만들어주자는 뜻이다. 이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어제 군 인사로 출범 2년10개월 된 이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이 네 명째다. 전임 황의돈 총장은 6개월, 그 전 한민구 총장은 9개월짜리였다. 전임 정부 때 임명한 사람만 바꾼 게 아니라, 현 정부 안에서 수시로 사람을 갈아대고 있는 것이다.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현 정부에서만 각각 세번째 사람이 하고 있다. 군 지휘부는 당연히 좌불안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이 발휘될 리 없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군 인사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홍기 신임 3군사령관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연평도 포격 부실 대응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데도 승진하고 영전했다. 벌을 받을 사람이 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행정형 군대가 아니라 야전형 군대를 만들겠다면서 군 개혁을 거론한다.
이런 인사의 귀결은 지금 군 수뇌부 진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장급 8명 가운데 포항 2명(김상기 육군총장, 박종헌 공군총장), 경북 김천(이홍기 3야전군사령관), 경남 진해(김성찬 해군총장) 등 영남 출신이 네 자리나 차지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운 것은 창군 이래 유례가 드물다. 영포라인(이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포항지역 인맥) 군벌을 확실하게 만들겠다는 모양새다. 이런 인사는 필연적으로 다른 지역 출신 인사들을 소외시키고 군의 단합을 해친다. 전력을 심각하게 좀먹을 것도 분명하다. ‘내 맘대로 인사’ 행태가 우려를 넘어 두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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