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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0 20:37 수정 : 2010.12.20 20:37

연평도 사격훈련 실시 여부가 유엔 안보리 쟁점으로까지 부상한 가운데 우리 군이 어제 훈련을 강행했다. 자위적 타격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해온 북쪽은 일단 대응 행동을 하지 않았다. 최악의 무력충돌은 재연되지 않았으나 불안과 긴장감은 여전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소집, 중국·러시아의 반대, 북한의 위협 등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날씨만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단호함’을 견지한 결과 자존심도 찾고 나름대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북쪽이 사전 공언과 달리 물리적 행동으로 맞서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령 남쪽이 전폭기를 대기시키고 주한미군 인원까지 관여시킨 상황에서 일단 예봉을 피하자는 전술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로써 남북 사이의 위기가 해소됐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북간 우발적 충돌과 확전 가능성은 되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어제 우리 군의 훈련은 한계가 뚜렷한 모험주의적 처방일 뿐이다.

훈련을 강행하기까지 정부와 군당국의 태도를 보면 긴장을 해소하고 안정을 되찾는 게 정부의 가장 큰 임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의문마저 든다. 이렇게 힘 대결 위주로 가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 가령 연평도 사격훈련이 매달 하는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앞으로 계속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밖에 없다. 또 온 국민이 확전 가능성을 불안해하면서 뉴스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위기 상황이 길어진다면 그 파장은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어제 북쪽이 물리적 대응을 자제한 것은 일단 다행이다. 지금은 남북 사이에 누가 먼저를 따질 것 없이 일체의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게 절실하다. 특히 북쪽은 이번 기회에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가령 북쪽이 이번 국면에서 전면전과 핵전쟁 참화를 위협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망발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같은 민족으로서의 도리를 말할 수 있겠는가. 북쪽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갖고 주장할 게 있더라도, 일체의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합의 정신으로 복귀하는 게 먼저다.

연평도가 세계의 화약고처럼 돼 관련국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현실도 개탄스럽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한국군의 사격훈련 실시를 둘러싸고 미국·영국·프랑스와 러시아·중국이 맞서서 격론을 벌였다. 이런 상황은 마치 19세기 말 청과 러시아, 일본 등이 대한제국의 운명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결국 남북한 스스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까닭에 관련국들의 외교적 간섭을 초래한 것이다. 남북한 당국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마땅하다.

남북 모두 직면한 위험 요인과 불안감이 여전하다.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서는 어느 쪽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입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양쪽 당국이 군사적 모험주의를 버리고, 긴장을 해소할 근원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쪽이 자제력을 찾는 게 절실하다. 그리고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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