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아시아의 화약고’에 투자할 외국인은 없다 |
어제 실시된 우리 군의 연평도 포 사격 훈련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20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19.10원 오른 117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동안 잠잠하던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코리아 디스카운트)이 급격히 부각되는 양상이다. 다행히 외국인 등의 순매수로 주가 하락폭이 줄었지만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남북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황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남북간 군사충돌이 벌어지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수십조원의 기업 가치가 순식간에 날아가고,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확전 가능성이 큰 국지전만 발발해도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치명상을 입게 된다.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85%에 이를 만큼 외국과의 수출입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불안이 심화될 경우 외국과의 정상적인 교역은 불가능해진다. 이번 연평도 사태로 외국 바이어들이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같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발길을 돌리는 국외 거래처가 점차 늘어날 게 뻔하다. 민간연구소들은 벌써부터 남북관계 불안이 내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사태가 악화되면 원화와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고, 수출입 안정 대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더욱이 남북간 긴장 고조는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과 경제적 마찰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결국 우리 경제를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용하려면 남북 긴장 완화가 필수적이다. 한반도가 외국인들에게 ‘아시아의 화약고’로 비치게 해서는 안 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