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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번지수 잘못 짚은 ‘체벌옹호론’ |
최근 들어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 사례가 여럿 언론에 보도됐다. 중학교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가 하면 주의를 주는 여교사를 고교생이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생이 싸움을 말리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일도 일어났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노동조합,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보수 성향의 3개 교원노조 협의체는 이런 일들을 체벌 금지 움직임과 연결시키며 ‘체벌 금지 불복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체벌 금지 이후 수업 방해와 교사 폭행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체벌 전면금지 조처를 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체벌을 금지하면서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주장하듯이 수업방해나 교사 폭행이 체벌 금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자료나 증거는 없다. 체벌이 허용될 때도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일탈적인 행위는 있었고 교실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의 호소도 끊이지 않았다.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체벌 금지 탓으로 돌리고 체벌 금지 불복종까지 선언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진정 교실 붕괴나 교권 실추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좀더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학교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의 장이 아니라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의 지덕체를 균형있게 길러줌으로써 온전한 인간으로 키운다는 교육의 본령을 포기한 지 오래다. 아이들이 모든 욕구를 억압당한 채 학력을 위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탓에 인성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다. 이런 상태에서 동료 학생들은 물론 교사나 부모에 대해서도 거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억압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을 체벌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큰 착각이다. 교실 붕괴나 교권 실추를 극복하는 길은 오히려 그 억압과 통제라는 수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해주며 그들의 자존감과 자율적 통제력을 길러주는 게 타율적 통제보다 더 효과적임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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