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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결’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때다 |
연평도 포 사격훈련은 무사히 끝났으나 무력충돌 재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한 차례의 훈련을 놓고 나라 안팎이 이렇게 떠들썩한 것 자체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 이제 갈등의 불씨를 잘 관리하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마리는 이미 나와 있다. 6자회담 틀을 통한 대화 활성화가 그것이다.
어제까지 5박6일의 방북 일정을 마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지사의 발언이 주목된다. 북쪽이 그에게 약속했다는 5개 항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연료봉의 외국 반출 등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논의를 잘 진전시키면 6자회담 재개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미사용 연료봉의 해외 판매, 남북한과 미국이 참가하는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 남북 군사 핫라인 구축 등도 새 내용은 아니지만 대화 분위기 조성에 유용할 수 있다. 북쪽은 이 약속들을 더 분명하게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대화 의지를 입증하고, 정식으로 원자력기구 쪽과 접촉해 핵 사찰단의 임무와 사찰 범위 등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쪽 제안에 대해 일단 유보적이거나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쪽 움직임을 진정성이 없는 전술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설령 그런 측면이 있더라도 정부는 이 제안을 6자회담 재개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아야 마땅하다. 미국 또한 대북 의구심이 있다면, 리처드슨 주지사처럼 정부 밖 인물이 아니라 당국간 접촉을 통해 북쪽 진의를 확인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고 핵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다. 지금처럼 무작정 대북 압박에 기대서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상시적 불안체제가 고착될 뿐이다.
중국과 미국 등이 아무리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애쓰더라도 남북 사이 다시 무력충돌이 생겨버리면 흐름이 끊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화 분위기 진전의 열쇠는 사실상 우리 정부가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대북 접근 방식을 군사 위주에서 외교·정치 쪽으로 전환해 남북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고위급 대화통로를 여는 것은 그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간 다양한 접촉을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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