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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1 21:08 수정 : 2010.12.21 21:08

법무부가 어제 형사소송법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플리바게닝’ 제도,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 사법방해죄 등 새로 도입하겠다는 제도 대부분이 검찰 권한의 대폭 강화로 이어질 것들이다. 지난 10월 공청회 때도 피해자의 법정신문 참가나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등 개정안의 다른 내용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었지만, 이들 제도에 대해선 수사 편의에 치우쳐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비판은 외면한 채 원안을 거의 그대로 내놓았으니, 의견 수렴은 시늉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이들 제도는 2007년 현행 형사소송법의 개정 논의 때도 검토 끝에 이미 제외된 바 있다. 이번 개정 시도가 더욱 무리해 보이는 까닭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검찰은 제 편한 대로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사법방해죄는 참고인의 허위진술 따위를 처벌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검찰에서 한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다를 때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제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검찰 진술을 뒤집어 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증언한 이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검찰은 증인을 강압할 수 있게 된다. 재판에서 진실을 밝힌다는 공판중심주의에 역행할뿐더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위협받는다. 자칫 범죄 자체보다 수사 과정에서 더 많은 형사처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사에 협조한 사람에겐 기소를 면제하거나 형벌을 감면한다는 플리바게닝도 국민의 법감정이나 사법 현실과 맞지 않아 보인다. 실체적 진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이의 진술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지, 또 검찰이 이를 얼마나 공정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검찰이 정치적 판단 따위에 따라 혐의를 부풀리거나 멋대로 덮는다는 불신이 깊은 터다. 검찰이 사실상의 재판권까지 미리 행사하는 형국이 되면, 지금보다 더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개정안은 형사제도의 대원칙인 인권보호 대신 검찰의 편의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시대착오다. 출석의무제의 경우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혐의가 없는 시민까지 강제구인한다는 것이니, 악용되면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뻔히 드러나는 이런 문제점들을 두고 법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면 저의를 의심받게 된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칼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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