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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숨을 거는 배달원, 더는 없어야 한다 |
대형 피자업체 배달원으로 일해 대학 학비를 벌던 최아무개씨는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택시와 부딪치는 큰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일주일 이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지난 21일 끝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제 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의 서러운 죽음이 가슴을 때린다. 지금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급 4500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은 배달원의 고된 현실을 세상에 고발한다. 전화 한통이면 어떤 음식이든 앉은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편리함 뒤에는 목숨을 거는 배달원들이 있다. ‘30분 이내 배달’을 내걸고 배달원을 재촉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을 맞추지 못한 배달원한테 벌금을 물리는 일마저 버젓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이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최씨가 숨지기 바로 전날에도 고등학생 피자배달원이 서울에서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요즘 같은 연말에는 음식 배달 수요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다. 비슷한 사고 또한 많아질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배달원 사고가 정확히 집계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부 대형 체인점은 노조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사고를 집계하기도 하지만, 소규모 업체 배달원들의 사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사고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다수는 산재 처리가 아예 불가능하고, 산재 처리를 할 수 있는 업체 소속이더라도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스스로 포기하기 일쑤다.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더라도 다시 일할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배달원 일자리조차 아쉬운 10대, 20대 초반 젊은이들을 이렇게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우선 업체들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 살인적인 속도 경쟁을 중단하고 배달원들을 보호할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배달원들을 배려하는 여유를 가질 때가 됐다. 목숨을 건 속도 경쟁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의 힘만 모여도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책임은 그동안 실태 파악조차 게을리 한 정부에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각종 배달원들의 근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업체들에 대한 철저하고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통해 최씨와 같은 희생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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