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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선 사건’이 보여주는 한-중 관계의 현실 |
지난 18일 서해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경비정의 불법조업 단속을 방해하려다 침몰한 사건과 이후 처리 과정은 한-중 관계의 복잡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두 나라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불필요하게 긴장을 높이는 행위를 자제하고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위와 책임소재는 명료하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경비정에 다른 중국 어선이 의도적으로 부딪쳐 침몰한 것이 사건의 개요다. 따라서 잘못은 전적으로 중국 쪽에 있다. 사태가 꼬인 것은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면서부터다. 이후 협의를 거쳐, 해경에 연행된 중국 선원 3명을 처벌 없이 석방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피하려고 명백한 불법행위를 그냥 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측면이 없진 않지만, 불법행위 책임자인 중국 쪽 선장이 이미 숨진 점을 고려했다는 해경 쪽 설명도 일리가 있다.
이번 사건이 온라인과 일부 언론 등을 통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한 것은 한-중 관계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준다. 예전이라면 실무적으로 처리됐을 사안이 최근 한반도 관련 사안을 둘러싼 두 나라 사이 불만 등과 겹치면서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애쓴 것은 잘한 일이다. 중국 정부도 나중에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초기에 사실과는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은 유감스럽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중 관계는 구조적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와 중국 모두 정책을 재점검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할 대목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입장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태도다. 어떤 사안에서나 냉정과 자제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공통점을 키워나갈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은 ‘오만한 대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동아시아권에서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우리 정부는 균형감을 갖고 대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흔히 일본을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한-중 관계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어업 갈등의 배경을 이루는 해양경계선 획정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북한 관련 사안에서는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갈등은 줄이고 대화는 늘려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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