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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방송, ‘이승만 독재’를 미화하려는 건가 |
<한국방송>이 내년도 10대 기획의 하나로 ‘이승만과 제1공화국’ 다큐멘터리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새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이승만 특집은 애초 김인규 사장이 지난 7월 ‘이승만이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번 다뤄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일선 제작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집중 조명할 계기가 없고 한국방송이 뉴라이트의 이념을 전파한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이후 사내 논란이 빚어져 소멸될 듯도 하던 프로그램이 어느 틈에 새해 주요 기획으로 되살아났다. 김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승만은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인물이다. 방송을 통해 그의 공과를 재조명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역사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한 평가 장치가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방송 안팎은 이런 조건이 충족될 상황이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제작의 자율성과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승만을 포함해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한다면 아이템 선정 단계에서부터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과정을 보면 사장의 말 한마디에 기획이 오락가락한 흔적이 뚜렷하다. 심지어 애초 담당 팀이 끝내 제작하기 어렵다고 하자 팀을 바꿔 투입하는 무리수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기획 과정이 이렇다면 실제 제작 과정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결국 김 사장 취향대로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장이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사유화할 위험성이 큰 것이다.
그렇잖아도 뉴라이트 세력이 ‘이승만 국부론’을 확산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08년에는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했으며,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태다. 당장 ‘이승만 독재’를 부인하고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도록 한 우리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한국방송의 계획은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에 공영방송마저 가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승만 특집은 공영방송의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다룬 ‘추적 60분’ 방송 보류 파문 등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행위로 비판받았다면, 이승만 특집은 특정 이념의 전위대로 나서는 모양새가 된다. 한국방송은 그릇된 계획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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