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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 현실 왜곡 말고 기본 인식부터 바꿔라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내년 복지예산은 사상 최대인 86조4000억원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7.0%인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우리가 이미 선진국 같은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 수치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우리 복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복지 수준을 보려면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아니라 지디피 대비 복지예산 비중을 비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대통령이 내년도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우리나라의 지디피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7% 수준으로 선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복지예산 규모가 역대 최대란 점을 내세워 이 정부가 복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명백한 현실 왜곡이다. 복지예산은 성격상 자연증가분이 많기 때문에 복지체계를 현행대로 놔둬도 복지예산은 해마다 늘어나게 돼 있다. 결국 복지예산 증가율을 봐야 하는데, 이 정부 들어 복지예산 증가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복지에 대한 의지가 지난 정부에 비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높아지려면 복지지출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예산 규모와 비중이 얼마냐를 놓고 복지 수준을 판단하는 한 복지국가로의 진전은 요원하다. 재정 대비 복지지출 타령만 하고 있으면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복지 격차만 확대될 뿐이다. 한 나라의 경제력(지디피)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야 복지국가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복지지출을 늘리려면 재정 규모 확대와 함께 불요불급한 사업 감축이 불가피하다. 현 정부처럼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한 조세 수입 감소로 인해 복지비 지출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복지국가를 말하려면 감세 정책부터 철회하는 게 우선이다. 나아가 증세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정책 기조 변화 없이 복지국가 운운하는 것은 공허하다.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줄여 복지비로 돌려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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