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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할 말 많다’는 조현오 청장 조사, 언제까지 미룰 건가 |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둘러싼 진실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 임명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경찰 간부 대상 강연에서 한 사실이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다. 이 발언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이어졌고,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은 조 전 청장을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아직까지 조 청장의 진술조차 받지 않은 상태다.
조 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발언에 대해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이라며 “진위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치 ‘어떤 근거가 있는 발언’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벌인 1인 시위와 관련해서도 “문 실장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검찰이 계속 조 청장에 대한 조사를 미루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조 청장 스스로 ‘할 얘기가 많다’고 하니 당연히 그 할 말이 뭔지 들어봐야 옳다.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문제가 뭔지도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고소·고발 사건은 3개월 안에 수사를 끝내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으나 이미 넉달이 지나가버렸다. 검찰이 조 청장을 ‘법 밖에 있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조 청장은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가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봉하마을을 찾지도, 유족들에게 사죄하지도 않았다. 눈앞의 청문회만 넘기려는 얄팍한 입발림에 불과했던 셈이다. 조 청장은 엊그제 인터뷰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여러번 했고 지금도 같은 심정”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검찰이 하루빨리 수사에 착수해 진실을 밝혀내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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