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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붕괴’에 매달리지 말고 ‘대화’ 본격화하라 |
정부의 내년 대북정책 기조는 ‘압박과 흡수통일 준비’로 요약된다.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강경 정책을 무작정 끌고가겠다는 뜻이다. ‘대화’가 언급되긴 했지만 큰 의지는 담겨 있지 않다. 어제 있었던 통일부·외교부·국방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그렇다.
통일부는 사실상 북한붕괴론에 대한 기대를 정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중점 추진 과제로 꼽은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정책 구현’ ‘통일에 대비한 준비 노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며 ‘통일부가 오랫동안 본연의 역할에서 이탈해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통일부가 맡아온 남북 교류·협력을 전면 부정하고 통일 대비에 초점을 맞추라는 주문이다. 외교부 업무보고에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이 목표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 있다. 물론 대북 제재 조처는 지속되고 각종 훈련 등 군사대비태세도 강화된다.
이런 정책 기조는 긴장을 높이고 한반도 관련 현안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꼭 북한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무너뜨리겠다는 상대에게 고분고분할 정권은 없다. 정부의 현실 인식도 크게 잘못됐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및 천안함 사태를 통일이 가까워지는 징조로 꼽았다. 강제적 통일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이해되지 않는 발상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판단을 기초로 정책을 짜다 보니 핵문제 해결과 평화구조 구축 등 현안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그 대가는 각종 갈등이 불거지고 관련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객관적 정세는 이미 정부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미국 정부 안에서 한국의 강경 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가 그런 예다. 관련국 가운데 한반도 긴장을 무한정 수용할 나라는 없다.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핵문제 등에서 근본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판단은 모두가 하고 있다. 우리 정부만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무능력 또는 이념적 편향 탓일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라도 국내정치적 고려가 작용한다면 더 큰 문제다.
대화와 교류·협력은 평화를 확보하고 현안들을 진전시킬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자 평화통일 기반을 다질 최선의 수단이다. 정부는 때아닌 통일론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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