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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꽉 막힌 서울시정, 오세훈 시장의 잘못이다 |
초등생 전면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대립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의회는 독자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서울시는 자신의 동의 없이 시의회가 증액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요구해온 무상급식은 시행이 어렵게 됐다. 또한 서울시의 서해뱃길과 한강예술섬 사업 등도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양쪽이 대립한 채 서로 법적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게다가 무상급식은 법적 권한을 다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초등학교 3개 학년 무상급식비에 해당하는 116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18개 구도 1개 학년의 무상급식 예산을 통과시켰다. 서울시가 695억원의 예산만 동의하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성사된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이것 하나 풀지 못한다면 시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오세훈 시장의 고집이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수천억원의 시 예산 편성과 집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의 일방적 예산 증액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의 의사를 대변해 예산을 확정하는 곳은 시의회다. 시는 집행부일 뿐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시정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시장이 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일일이 거부한다면 나라 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서울시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초등학교 6개 학년 가운데 1개 학년에 대해서만 시범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보자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구 예산으로 4개 학년의 무상급식 예산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이를 무시하고 원점에서 1개 학년만 하자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가 더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아직 기회는 있다. 통과된 예산에 대해 동의만 하면 언제든지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무상급식 예산과 서울시 예산 일부를 살려내는 타협도 가능하다. 열쇠는 오 시장이 쥐고 있다. 그가 조금만 유연하게 나온다면 꽉 막힌 상황을 풀 수 있다. 시정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일이 더는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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