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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부형 교장공모제, 이제라도 활성화해야 |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어제 공개한 올해 1학기 임용 예정 교장공모제 실시 현황을 보면,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 자리가 빈 전국 초·중·고교 852곳 가운데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는 모두 389곳이다. 이 가운데 평교사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는 7곳뿐이다. 한때 공모제로 뽑은 교장 가운데 16%에 이르렀던 평교사 출신 교장의 비율이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평교사 출신 교장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 탓이 크다. 교장공모제는 연공서열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존의 교장승진제도를 개혁하려고 참여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2007년 처음 등장해 지난해 1학기까지 6차례 시범운영된 뒤 2학기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교장공모제,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먼저 교과부는 2009년 10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꿔 내부형 공모제 비율을 전체의 15% 이내로 제한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엔 신설 학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아예 시행할 수 없게 관련 규정을 바꿔버렸다. 교과부의 이런 태도는 신설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던 일부 진보 교육감의 계획을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혁신학교와 교장공모제는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제까지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성과를 거둔 학교를 보면 신설 학교나 낙후된 지역에 있는 곳이 많았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과거 주장하던 것과도 맞지 않는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6년,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초빙형 공모제)는 연공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내부형 공모제를 전면 도입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지적대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기존의 폐쇄적인 승진구조와 그에 따른 교육비리, 공교육 질 하락 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가 기존 교장이나 교감·장학사 등 기득권자의 이익에 굴복해 개혁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활성화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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