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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난에 등골 휘는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나 |
전세시장이 계속 심상찮다. 전세 매물이 태부족인데다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전셋값 상승률이 2002년 이후 8년 만의 최고치인 7.1%를 기록했다. 통계상 상승률이 7% 남짓이지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지역에 따라서는 20~30%를 웃돌기 일쑤다. 이런데도 정부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우선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셋값이 폭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지난해 추석 무렵에도 전세난이 심각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한 전세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의 전세난은 단순히 이사철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집값 안정으로 매매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것이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셋값은 이사철에 관계없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의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고려하면 정부의 주택정책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전세대책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기 조절 등을 내놓았지만 이런 미시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집값 안정에 맞춰졌던 주택정책의 큰 방향을 전·월세 등 임대시장 안정 쪽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 공급 주택도 분양보다 임대 쪽을 대폭 늘림으로써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줘야 한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전세난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가계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금리 수준을 최대한 낮춰 가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전세보증금 증액 상한제’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와 관련업계는 오히려 전셋값 폭등 등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전세난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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