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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자치 질식시키는 교과부의 ‘사사건건 통제’ |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 교육청에 대한 간섭이 도를 넘었다. 교과부가 최근 16개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는 ‘교원노조 단체교섭 업무 매뉴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교과부는 이 매뉴얼에서 교원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때 교육정책·학생인권 등에 관한 사항은 교섭 안건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하고, 이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시정명령이나 고발을 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교섭안건에서 제외하라고 한 내용은 학생인권 및 복지, 학교급식 개선 등 교육환경에 관한 내용과 교사의 자율권과 수업권 보장, 양성평등, 전보·전직 관련 등 인사 관련 문제 등까지 다양하다. 교과부에선 이 지침의 근거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들고 있다. 그 6조 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도 교육감 또는 사립학교 설립·경영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돼 있다. 교과부는 이 조항을 빌미로 임금·후생복지 등과 무관한 사항은 교섭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런 해석이 가당한지부터가 문제다. 위의 규정은 교원노조가 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예시한 것이지, 그 이외의 것을 교섭 대상으로 하지 말라는 제한규정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백번을 양보해 제한규정으로 해석하더라도 교육환경이나 교사의 자율권·수업권, 양성평등, 인사 문제 등이 조합원인 교사의 근무조건이나 후생복지와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편협한 해석을 통해 단체교섭 내용을 제한하려는 전례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을 견제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교과부가 이렇게 일일이 간섭해서는 이제 막 시작된 교육자치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교육자치를 도입해 발전시켜온 것은 교육의 전문성과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교육자치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선 교과부가 지나친 통제의 끈을 놓고, 시·도 교육청에 운신의 공간을 열어주는 게 필수적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내세우는 학교 자율화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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