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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의료, ‘이념 색안경’ 벗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
의료·복지운동단체나 진보정당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무상의료’가 중요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민주당이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무상의료 요구를 수용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게 계기다. 이 안은 5년 동안 입원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추는 걸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안대로라면 건강보험으로 충당되는 입원 진료비 비중은 현재 61.7%에서 90%로 늘어난다. 외래진료비의 본인부담률도 현재보다 최대 10%포인트 줄고, 병원비 본인부담 상한액도 4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아진다. 완전 무상의료는 아니지만 꽤 근접한 방안이다.
민주당이 안을 내놓자마자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바쁘다. 복지 확대 주장만 나오면 이념공세로 대응하는 것은 여당의 무능과 복지 거부감을 폭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대응은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면서 쟁점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강화는 무상급식 등에 비해서도 이른바 ‘포퓰리즘적 요소’가 적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근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방안이든, 진보진영의 방안이든, 이 근간을 유지한 채 보장 확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보험료와 진료비 본인부담금이 유지되는 한 ‘무임승차식 과잉의료’ 같은 부작용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관건은 보험료를 모두 조금씩 늘리고 징수체계를 개선하는 걸 전제로 한 사회적 합의다. 복지 요구가 계속 커지고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상황은 어느 때보다 사회적 합의 도출 가능성을 높여준다. 게다가 직장과 지역 가입자 간 형평성 개선을 위한 보험료 체계 개편 논의도 진행되는 등 의료개혁 여건이 한참 무르익은 상태다.
무상의료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공적 지원 확충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꼭 무상의료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시급한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공부문의 의료비 부담 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해서는 의료 수준 하락이 불가피하다. 빈곤층 확대와 양극화 심화로 의료 사각지대가 계속 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진지하게 의료체계 개혁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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