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동기에 이어 김석기까지…인사파행 끝이 어디인가 |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 지도부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대통령의 인사 내용에 집단적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그만큼 이번 인사의 무모함을 방증한다. 이제 정 후보의 자진사퇴와 관계없이 사실상 정 감사원장 카드는 물건너갔다.
한나라당의 집단적 ‘반기’의 후폭풍과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계속되는 오판이 되풀이되는 인사파동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청와대는 12·31 개각 이후 정 후보의 결격사유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데도 “청문회에서 잘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따위의 낙관론만 되풀이하다 여당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상황파악에 둔감했던 임태희 비서실장이나 권재진 민정수석 등 청와대 보좌진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비서 출신을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장을 시키겠다는 무모한 발상에서부터, 잇따른 도덕적 흠결에 대해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안이한 인식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되풀이되는 인사파동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결국 이 대통령의 인사철학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윤리기준을 높이고, 여론의 까다로운 잣대를 원망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중잣대를 버려야 한다. 자신이 인사권자니까 어떤 자리에 아무 사람이나 앉혀도 된다는 식의 오만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참모들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이 대통령의 몫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과연 성찰하고 또 반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오히려 지금 이 대통령은 ‘인사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한나라당이 여론에 부화뇌동했다’고 앙앙불락하고 있는 기색이다.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다시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복귀한다는 소식 역시 이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김 전 청장의 무리한 진압 지시로 억울하게 숨져간 철거민들과 경찰의 영혼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특임외교관 기용이 청와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 이 대통령의 무리한 ‘보은 인사’ 로 청와대가 그토록 강조해온 외교부의 인사쇄신 요구도 무색해졌다.
이 대통령이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의 반기에 따른 권력누수가 아니다. 그릇된 인사철학을 버리지 않는 한 인사파동은 끝없이 계속되며 레임덕 현상도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