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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타까운 ‘로봇박사’ 자살, 입시제도 보완 계기로 |
전문계고 출신으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진학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학생이 입학 1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제로봇올림피아드에서 세계 3위를 하며 ‘로봇박사’로까지 불렸던 재능있는 젊은이가 피지도 못한 채 스러진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가 목숨을 끊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학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주변 친구들의 증언만 가지고 그것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이라고 속단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입시제도와 그 운용상의 문제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 이외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했다. 정원 970명 가운데 150명을 뽑는 이 전형을 통해, 숨진 학생은 로봇 기능 전문계고 출신이었음에도 수재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간 학생들이 영어나 수학 등 기초실력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역시 영어로 진행되는 미적분학 등을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과목에선 낙제를 해 힘들어했다고 한다.
물론 카이스트 쪽에서도 입학 전 교육인 ‘브리지 프로그램’과 새내기 지도교수제, 멘토 프로그램 등의 지원책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제도가 고민 상담 수준에 그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학습 의지가 꺾이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는 제도가 이런 결과를 빚은 데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보다 제도의 선전적 기능을 중시한 탓이 크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이나 일부 명문대학들이 시행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등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이들 제도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양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이 제도로 들어온 학생들이 겪게 될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줄여주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다. 그 결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온 소중한 젊은이들이 대학이란 정글에서 맨몸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대학이 학생을 뽑는 일보다 제대로 가르치는 일에 더 관심을 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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