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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2 21:23 수정 : 2011.01.12 21:23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생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들어갔다. 조만간 시의회에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시의회가 안건을 부결시키면 주민투표 청구권을 활용해 주민투표에 나설 태세다.

서울시장이 시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그런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주민투표 발의 요건에 대한 법리 논쟁은 이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민들이 이를 바라고 있는지, 또 주민투표가 진정으로 이들을 위한 것인지 여부다.

현재 초등학교 1~4학년 무상급식 예산은 시교육청과 자치구에 의해 이미 확보돼 있다. 쟁점은 서울시가 부담하는 예산 695억원에 불과하다. 무상급식이 아무리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라 해도 주민투표로 가야 할 사안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시민들이 투표를 원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시의회 동의 없이 주민투표를 하려면 주민 4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120억원을 들여 투표를 해야 한다. 과연 시민 몇명이나 찬성할지 궁금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오 시장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2009년 주민 생활과 직결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면서 주민투표 없이 여론조사로 이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정작 타협과 절충이 가능한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무리하게 주민투표로 몰고간다면 그 의도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제안하면서 “(민주당이) 6·2 지방선거 때 공짜 복지로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때 야당에 투표한 시민들은 모두 바보로 여기는 발언이다. 불과 6개월 전 선거 결과를 부정하면서 다시 주민의 뜻을 묻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오 시장의 주민투표 요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인 듯하다. 서울시는 예산 편성권을, 시의회는 조례 제·개정권과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타협이 불가피하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을 주민투표에 끌어모으기도 쉽지 않다. 무상급식 문제는 어떻게든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로 갈등을 증폭시켜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생각부터 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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