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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의 무시하고 평준화 뒤흔드는 교과부 |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 평준화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착수했다. 교과부는 사실상 시·도 교육감의 권한인 평준화 지역 지정 권한을 교과부 장관이 최종 행사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을 개정할 태세다. 경기·강원 도교육청이 요청한 6개 시의 평준화 지역 전환 결정 역시 유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평준화 제도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4년 이래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기본틀로 기능해온 평준화 제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그 근거로 평준화 시행 뒤 오히려 사교육이 늘고 학교가 서열화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불성설이다. 70년대 초등학교부터 거세게 불었던 과외열풍을 그나마 잠재운 것은 평준화 정책이었다. 최근 들어 사교육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게 된 데는 평준화를 확대·정착시키는 대신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따위를 도입해 평준화를 깨뜨려온 역대 정권 탓이 크다. 그 가운데서도 학교 자율화·다양화란 미명 아래 자율형사립고를 무작정 확대하면서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 현 정권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이렇게 학교를 서열화하고 경쟁을 부추겨 사교육을 조장해놓고 애꿎은 평준화에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은 낯두꺼운 일이다.
평준화 반대론자들은 평준화 탓에 학력이 떨어지고 뛰어난 영재들조차 둔재가 돼버린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평준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 핀란드의 경우 학생들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학생간·학교간·지역간 격차가 작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각종 연구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비평준화 지역 학부모들이 평준화 전환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도 교육감이 평준화 지역 지정을 요청할 경우 교과부 장관은 수락하는 게 맞다. 이는 이제까지의 관행이기도 하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도 2009년 6월 “지역적 특수성을 살린 교육자치를 위해” 평준화 지역 지정 기능을 시·도 교육청에 이양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강원·경기 도교육청의 요청을 합당하지 않은 근거를 내세워 유보하려 한다. 민의를 무시하고 교육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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