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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 논쟁, 제대로 해 ‘국민적 공감대’ 끌어내자 |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이 무상의료 취지를 담은 건강보험 확대 방안에 이어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자 한나라당도 정면대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복지를 위장한 표 장사’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보편적 복지론’을 차단하려 한다. 오래전부터 복지를 강조해온 진보정당들도 논쟁에 본격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제 앞가림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관념이 뿌리깊은 탓에 복지 논쟁이 거의 없던 게 우리 실정이다.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경쟁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다. 양극화, 빈곤층 확대,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확대 요구에 정치권이 호응하기 시작했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논쟁 양상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좌파 포퓰리즘’ 공세는 낡은 색깔론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복지는 이념을 넘어서 당장의 삶의 문제다. 우리 사회 전체 삶의 질 개선·유지라는 측면에선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선별적 복지’를 내세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젠 보수세력조차 복지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념의 색안경을 벗어던질 때가 된 것이다. 복지를 국민 전체의 삶과 직결되는 현안으로 접근하지 않고는, 모처럼의 논쟁을 통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
복지 논쟁이 건설적으로 진행되려면 논의의 갈래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쟁점이 되는 복지 문제는 급식이나 보육 같은 사회서비스와 건강보험·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둘은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급식·보육 등의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기본 수준을 보장한다는 공감대만 이뤄지면 재원 마련 방안을 찾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상급식이 광범한 사회적 호응을 얻자 1~2년 사이에 전국으로 번져나간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사회보험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이어서, 보장 범위를 넓히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재원 마련 방법, 가입자간·세대간 형평성, 장기 지속성 확보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재원 규모도 커서, 결국은 조세 문제와 연계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우선순위 설정도 중요하다. 보편-선별 논쟁 속에 극빈층·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 배려가 실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야는 이제 복지정책 기본 방향부터 재원 마련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담은 안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그래야 정략적·소모적 공방이 아닌 건설적 정책 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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