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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8 22:08 수정 : 2011.01.18 22:08

지난달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에 묻어 통과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법’(서울대 법인화법)의 폐기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서울대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다음달 말까지 농성을 계속한 뒤 3월에는 법 폐기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사태는 법안이 날치기 통과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서울대 법인화는 정부 간섭을 줄이고 대학 자율을 확대해 연구·교육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국제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실제 통과된 법은 이런 목표와 사뭇 거리가 멀다.

이 법은 우선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했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은커녕 제대로 된 국회 심의도 없었다. 서울대 쪽이 내놓은 수정안이 있었지만 국회는 그나마도 검토하지 않았다. 또 교수와 총장의 임면 등 대학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갖는 이사회에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의 차관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2명의 감사 가운데 1명은 교과부의 추천을 받게 해 정부가 대학에 간섭할 길을 열어뒀다. ‘겉은 자율화, 속은 관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사 선임권을 갖는 평의원회에는 교직원만 들어가게 해 학생들의 의견 반영도 어렵게 만들었다.

또다른 문제는 서울대 재정에서 산학협력과 발전기금 모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늘린 점이다. 서울대가 이런 돈을 늘리면 자연히 다른 국립대로 갈 몫이 줄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자원과 인재를 독식하고 있는 서울대로 집중이 더욱 심해지고 지방 국립대는 고사할 우려가 있다. 모금이 제대로 안 되면 이를 메우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는 사태도 빚을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인화 그 자체에 있다. 우리보다 먼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한 일본의 경우,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낳는 응용학문에 자원이 집중됨에 따라 기초학문 분야가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학문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은 기업화하고, 진리를 사유하는 비판 지성을 길러내는 대학 본연의 기능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도 심각하게 제기된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드러난 국립대 법인화를 뒤따라갈 이유는 없다. 서울대 법인화법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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