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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세훈 시장, 이제 그만 고집부려라 |
초등학생 무상급식 시행에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이 예고했던 주민투표 동의안 시의회 제출을 그제로 세번째 연기했다. 이에 주민투표를 포기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어제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주민투표는 여전히 추진하되 주민발의라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투표에 필요한 절차를 자신있게 밟아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접어버리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다.
이런 태도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기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오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깃발을 들었는데도 공식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 영등포 지역구인 권영세 의원은 “나는 무상급식을 찬성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당 차원에서 무상급식 반대운동에 얽혀 들어갔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주민투표 발의 운동을 떠맡겠다고 나서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단체들이 주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유권자 42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설령 발의 정족수를 채워도 실제 투표율 33.3%를 넘겨야 하는 조항 때문에 주민투표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유효투표율을 넘기더라도 무상급식 반대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긴밀히 교감하는 듯한 흐름도 걱정된다. 이 대통령은 연초 신년 연설에서 무상급식 등을 주장하는 야당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 영감을 얻은 듯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야당도 아닌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기류에 부닥쳐 진퇴유곡의 처지에 빠졌다. 이런 상황은 이 대통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무리하게 밑어붙이다가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친 것을 연상시킨다. 국가행정의 주요 책임자인 대통령과 서울시장 등이 비슷하게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문제는 시민 여론과 대의명분, 정치적 현실 등 모든 측면에서 이미 부당성이 판가름났다. 주민투표는 아무런 타당성이 없으며 시정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다. 오 시장은 너무나 뻔한 여론 흐름을 빨리 인정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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