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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3 18:53 수정 : 2011.01.24 08:54

우리나라 아이들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긴 시간 공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방학은 지친 몸을 쉬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생기고 나서부터 이런 방학마저 아이들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4주까지 방학중 보충학습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손가정이 많은 농어촌이나 산촌의 경우, 학교에서 방학중 돌봄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실시되고 있는 방학중 보충수업은 그런 돌봄학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의 반강제적일 뿐만 아니라 특히 올해 일제고사를 치르게 될 5학년들의 경우는 아예 내놓고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충북지역에선 외부강사까지 동원하는 사례도 있고, 충남지역에선 교육지원청이 각 학교 교감들을 불러 학력캠프 개최를 독려했다고 한다. 경남북과 인천 등 다른 지역의 현실도 크게 차이가 없다.

각 교육청이 이렇게 일제고사 성적 향상에 목을 매는 것은 그 성적을 학교평가와 교원성과급에 연동시키고 성적을 공개해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교과부의 정책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런 정책 시행 뒤 시·도교육청과 학교, 교사의 책무성이 높아져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줄어드는 등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초등학생들에게 방학까지 빼앗은 채 문제풀이를 하게 해 얻은 결과라면 의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문제다. 몸과 마음을 키우는 일은 등한히 한 채 오로지 학과공부에만 매달리게 할 경우 아이들의 학습의욕은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학업흥미도는 세계 최하위권에 속하는 사실이 이미 각종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에 지치게 만드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당장의 수치로 나타난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학습의욕을 상실한 아이들로 가득 찬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교육당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 아이들을 맹목적인 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방학이라도 온전히 돌려주어, 자신들이 원하고 꿈꾸는 것을 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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