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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스민 혁명’ 이후 민주화 열망 분출하는 아랍권 |
튀니지가 재스민 혁명을 통해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뒤 장기 독재정권 치하에 있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나라들에서도 소요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16일에 이어 지난 주말에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튀니지의 이웃 알제리에서도 12일 이래 8번째 분신자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이집트에서도 오늘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튀니지 사태를 계기로 이 지역 민중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심각한 경제난과 장기집권으로 인한 권력형 부패와 소통부재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23년 동안 집권하면서 군경을 통한 철권통치를 해온 튀니지의 벤알리 전 대통령은 대졸 청년 노점상의 분신자살 이후 들불처럼 번진 시위에 굴복해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2300만명의 인구 가운데 4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랍의 최빈국 예멘의 처지는 더하다. 33년째 철권통치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최근 종신 대통령이 되기 위해 헌법 개정까지 강행했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등 저항이 고조되고서야 두번째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물러선 상태다.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아온 알제리는 1992년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래 모든 시위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식료품값 인상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관료주의와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30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에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경제난과 강권통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 사이에서 지지를 넓혀가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재스민 혁명이 이들 지역에 즉각적인 민주화 도미노를 가져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각국의 정치사회적 환경과 그에 대한 권력의 대응 및 장악력에서 차이가 큰 탓이다. 하지만 튀니지 사태와 그 이후 그 주변국들에서 분출하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이 지역에도 민주주의의 새벽이 동트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재자가 아무리 총칼을 휘두르며 권력의 철옹성을 치더라도 도저한 민중의 힘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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