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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과 검찰의 부끄러운 모습 남기고 끝난 박연차 사건 |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정·관계 로비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어제 여럿 있었다. 관련자 대부분의 형이 확정됐으니 ‘박연차 게이트’는 사실상 다 끝난 셈이다. 남은 것은 형 확정으로 자리를 잃게 된 이광재 강원지사와 민주당 소속 서갑원·최철국 의원에 대한 보궐선거 등 정치적 행사들뿐이다. 2년여에 걸친 수사와 재판의 결과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온갖 의혹과 사회적 파장에 견줘보면 미흡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박연차 사건은 온통 정치적 잡음과 구설로 얼룩진 사건이다. 애초 이 사건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서 비롯됐다. 로비 시점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이니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의혹을 받았던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늉에 그쳤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의혹의 핵심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직접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대신 어느 순간부터 검찰의 칼날은 지난 정권으로 옮겨졌다. 옛 여권 인사들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를 받았고,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과잉·표적수사로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하고,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흘려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다는 비판이 무성했다.
그렇게 끝난 수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살아있는 권력’의 정치적 득실에 맞춰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미 파다하다. 재판에서도 결과적으로 함께 기소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했지만 민주당 쪽만 자리를 잃었으니 의심과 반발은 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패의 관행도 일부 드러났다.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청와대 비서관, 검사, 경찰 간부 등은 후원을 자처하며 전방위로 로비를 벌인 박 전 회장으로부터 예사로 거액을 받았다. 용돈이라는 핑계였겠지만 실제론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이다. 박 전 회장은 로비의 대가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사업상의 이득도 누렸을 터이다. 그런 식으로 일상화된 부패가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이를 뿌리뽑아야 할 검찰이 부패사슬의 한쪽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거나 봐준다면 그 결과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 이번 사건이 실패한 수사인 또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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