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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타·가혹행위 끊이지 않는 전·의경제, 폐지 나서야 |
새내기 전·의경의 8% 정도가 선임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경찰청이 그제 6개월 미만인 전국의 전·의경들을 따로 모아 물어본 결과다. 전·의경 사이의 구타와 괴롭힘이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신고 내용을 보면 실제 벌어지는 일은 군기 확립을 핑계삼기도 힘든 비인간적인 괴롭힘이다. 터무니없는 구실로 구타하기 일쑤고, 부동자세를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다. 코를 곤다고 뺨을 때리는가 하면, 물 먹는 일이나 거울 보는 것, 텔레비전 시청까지 금지한다. 심지어 성추행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군기를 잡겠다며 시작한 일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괴롭힘을 당한 이가 다시 후배를 괴롭히는 비정상적 악습의 반복이다. 그런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부대를 이탈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전·의경도 한둘이 아니다.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 탓에 백혈병이 악화해 숨진 의경도 있다. 이쯤 되면 엄하게 처벌해야 할 범죄행위다.
경찰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진 않을 터이다. 서둘러 실태조사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가해 전·의경 처벌과 지휘 경찰관 징계, 해당 부대 해체 따위 엄단 방침도 내놓았고, 조직 분위기를 새롭게 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그런 다짐과 대책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지난 10일 전·의경 가혹행위 근절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열흘 뒤엔 강원경찰청 307전경대에서 가혹행위에 반발한 집단 부대이탈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된 전경대는 과거에도 알몸진급식 등 가혹행위로 물의를 빚은 부대다. 비슷한 구타사건이 몇 달 사이 잇따른 의경부대도 있다. 미봉책이나 단기적 대책으론 구타와 가혹행위의 악습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로써 분명해졌다.
애초 전·의경은 직업경찰관 대신 인건비가 싼 의무병 자원으로 치안수요를 충당하려 만든 한시적인 제도였다. 단계적으로 전·의경을 줄여 2012년에는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그런 계획은 뒷전으로 밀쳐졌다. 그러는 동안 전·의경의 구타와 자살 사건은 군에 견줘 훨씬 많아졌다. 편법을 방치하고, 그나마 인권 보호 등 관리조차 소홀했던 탓이다. 이제 전·의경 폐지는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이런 악습의 악순환이 더 계속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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