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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30 20:24 수정 : 2011.01.30 20:25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화 비자금 수사가 막을 내렸다. 서울서부지검은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11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검찰이 위장 계열사를 통한 재벌기업의 유상증자, 다단계 기업세탁 등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것은 나름의 성과로 여겨진다. 하지만 수사를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엊그제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데서도 확인되듯 한화 비자금 수사는 애초 검찰의 의욕과는 달리 용두사미로 끝난 느낌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법원에서 기각된 점을 고려할 때 과연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사법부를 설득시킬 만큼 깔끔한 수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한화 수사와 남 지검장의 사퇴는 검찰에 깊은 자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우선 의욕과 명분만이 앞서는 낡은 수사 관행에서 검찰이 벗어날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지난 4개월 동안 19차례의 계좌추적과 13차례의 압수수색, 321명의 관련자 소환조사를 벌였다. 일단 표적을 정한 뒤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무차별적인 소환으로 물증을 확보하려는 거친 수사 방식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불러일으켰다. 기업범죄가 날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더욱 정교하고 과학적인 수사 패러다임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가 과연 남 지검장 한 사람에만 국한되느냐는 점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지난해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한명숙 전 총리 수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무리한 표적수사로 비판을 받았다. 사실 남 지검장은 ‘살아 있는 권력’도 무서워하지 않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검찰을 떠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는 것도 그런 기개를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하면 노 지검장은 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수사 등에서 드러났듯이 기개는커녕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데만 급급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직에 누를 끼친 것으로 따지면 그가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도 이번 고검장급 인사를 두고 ‘노환균 구하기 인사’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입맛이 씁쓸하다. 이런 식의 원칙 없는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검찰의 자기혁신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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