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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 이후가 더 불안한 물가, 빨리 정책방향 바꿔야 |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농산물값은 물론이고 휘발유값,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비스 요금까지 들썩인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장담했지만 상승세는 이미 고삐가 풀린 모양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설 연휴 이후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임시로 가격 상승을 막아놓은 것들이 많아 연휴가 지나고 나면 봇물 터지듯 줄줄이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공요금 인상 억제, 농산물 관세 인하, 공정위를 동원한 석유류 가격 인하 등 대부분이 한시적인 것들이다. 이런 대책은 길어야 서너달밖에 못 간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심상치 않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9%, 12월 5.3%에 달했다. 수입물가 상승률도 11월 8.2%, 12월 12.7%에 이른다. 이들은 한두달 간격을 두고 그대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물가 급등세를 야기할 위험 요인이 곳곳에 널려 있는 셈이다.
정부는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물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성장과 물가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올해 경제정책 목표부터가 걸림돌이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부는 민간 연구소들보다 훨씬 높은 5%를 경제성장 목표치로 잡고 있다.
고성장을 유지하려면 저금리·고환율이란 기존 거시경제 정책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거시정책은 성장 쪽에 방향 키를 맞춰놓고, 미시적인 수단으로만 물가를 단속하겠다는 얘기다. 그것도 기업들 손목을 비틀어 강압적으로 물가를 잡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환율 하락을 용인함으로써 거시정책부터 물가안정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다음에 휘발유, 농수산물, 전셋값 등에 대한 미시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몇차례나 선제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런데도 아직 성장과 물가 사이를 오가면서 우왕좌왕한다. 지금이라도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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