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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1 17:14 수정 : 2011.02.01 21:37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우겠다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사실상 공식 파기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과학벨트 건립 문제와 관련해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입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 충청도에 가서 얘기했으니까 표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겠죠”라며 과학벨트 충청권 건립 약속이 ‘표 모으기’ 전략의 일환이었음도 시인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최근의 청와대 흐름에 비춰볼 때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긴 하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공약 파기 선언의 형식이나 내용은 너무 어처구니없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당연히 공약을 못 지키게 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옳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서 그런 진지한 노력이나 성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표 얻으려고” 따위의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배짱이 놀라울 정도다.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과 일관성이다. 그것은 이 대통령이 신봉하는 효율성이나 경제성보다 훨씬 앞서는 가치다. 특히 과학벨트처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발언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일단 약속한 내용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이어 또다시 자신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파기해버렸다. 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의 심화,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 국가적 에너지 낭비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제2의 세종시 사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과학벨트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인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국가 예산이 3조5000억원이나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은 분명히 과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하지만 과학벨트를 처음부터 ‘표 모으기’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 대통령 자신이다. 과학벨트를 둘러싸고 격화하는 지역간, 정당간, 여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책임 역시 일차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을 탓하기에 앞서 공약 파기의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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