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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바라크, 이집트를 위해 결단하라 |
지난 2주 가까이 이집트를 뒤흔든 시위 사태가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적 사임을 거부한 가운데,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모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반정부 그룹 인사들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대화를 시작했고 가장 큰 반무바라크 세력인 ‘무슬림형제단’도 대화에 참여키로 했다.
이집트 당사자들이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산적한 난제로 그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핵심적 난제는 무바라크의 거취다. 무바라크는 자신의 임기인 9월까진 결코 사임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을 위시한 시위 세력은 그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고 정부와의 대화에서도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바라크가 퇴진을 계속 거부하면 대화를 통한 해결은 물건너가고 다시 시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바라크가 버티는 배경엔 미국 등 서방국들이 있다. 미국 정부의 특사로 지난주 이집트를 방문한 프랭크 위즈너 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는 그제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선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그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주장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같은 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집트 급진세력의 발호를 경계하며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밝힌 이행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국의 중동정책 핵심축인 이집트에 반미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고 친미적인 군부 중심 정권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자유를 박탈당한 채 무바라크 독재 아래 30년 동안이나 신음해온 이집트인들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술레이만은 이집트의 정보를 총괄하며 무바라크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이집트 국민들이 술레이만 체제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이집트 위기를 종식시킬 모든 책임은 무바라크에게 있다. 스스로 물러나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고 탈취한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미국 등 서방국들도 이집트인들이 민의에 바탕한 민주국가를 건설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서방과 이집트, 서방과 중동 나라들의 건강한 관계를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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