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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가 복원되려면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
한때 가시거리로 들어온 듯했던 국회 정상화가 다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월 임시국회 개최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가 모두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해 국회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유감 표명은 물론 임시국회 전 영수회담 개최에도 부정적이라고 한다.
대의정치의 요체가 대결보다는 대화, 투쟁보다는 타협에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여야가 의사당 안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 복원과 국회 정상화의 책임이 정치권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의 정치 교착 상태에 가장 큰 책임을 느끼고 매듭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정치 복원이나 국회 정상화에 별 뜻이 없어 보인다.
지난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회담은 중요한 고비에서 꼬인 정국을 푸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말 그대로 여야 영수들답게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내곤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28개월 동안 야당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영수회담을 추진하겠지만 국회 정상화와는 별개”라며 배짱을 튕긴다. 마치 인심이라도 써서 영수회담에 응한다는 듯한 투다. 야당 대표와 만나 막힌 대화의 물꼬를 풀고 각종 정치적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상의해보겠다는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 중 하나인 날치기 통과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날치기 통과의 총연출자 격인 이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날치기 처리와 함께 대폭 삭감된 복지예산, 턱없이 늘어난 ‘형님예산’, 졸속처리된 각종 법안들의 원상회복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이런 후속조처는 고사하고 이 대통령은 최소한도의 유감 표명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이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거부감, 야당에 대한 경멸, 한나라당에 대한 책임전가 등의 고질적 증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획기적 인식 전환이 없는 한 정치복원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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