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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 선장 피격 전말, 소상히 공개하라 |
해경이 삼호주얼리호 해적 사건을 수사한 결과 석해균 선장이 구출작전 와중에 우리 해군의 총알도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석 선장이 소말리아 해적의 총에만 맞았다는 국방부의 애초 발표가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그동안 이 사건을 잘못 다뤄온 군당국과 한나라당으로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군당국은 애초 해적이 선원들의 얼굴을 확인한 뒤 석 선장만 골라내 에이케이(AK) 소총을 난사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그제 해경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해적과 우리 해군이 어지러이 교전하던 중 석 선장이 양쪽 총탄을 모두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우리 요원이 잘못 쏜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맞고 튄 유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발탄이든 유탄이든 석 선장이 당시 인간방패로 노출됐음은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군이 왜 애초 다르게 발표했는지 궁금하다. 선원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을 강행한 것을 호도하기 위해 실상을 흐린 것은 아닌지, 아니면 작전 성과를 부풀려 보겠다는 욕심이 앞선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당시 교전상황 녹화 화면을 반드시 분석해봐야 한다. 작전 기밀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면 관련 기관들만이라도 엄정하게 검증해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엊그제 한나라당의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석 선장에 대해 우리 대원이 사격을 했다는 허위사실이 인터넷에 떠돌았다”며 “이런 주장을 한 사람들은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갈등을 부추기려는 간첩의 소행”이라는 극언도 했다. 그가 문제삼은 인터넷 담론은 우리 선박의 ‘해상 안전’을 걱정하는 정당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과적으로도 맞다는 것이 입증됐다. 집권 여당의 당직자가 다양한 문제제기에 귀를 열고 합리적으로 대책을 찾기는커녕, 제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옥죄고 보자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당 차원에서 문책해야 마땅하다.
그제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해적 납치 사건은 역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안일수록 사건을 부풀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욕구를 경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인 영웅 만들기 또한 좋은 모습이 아니다. 당국은 앞으로 해적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라도 국제 관례와 상황을 살피면서 신중히 접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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