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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9 18:55 수정 : 2011.02.09 18:55

한나라당이 어제까지 이틀 동안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문제를 논의했다. 현장 분위기를 보면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며 백가쟁명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주로 나서서 고장난 레코드판 돌리듯이 판에 박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회의를 끌고 갈 동력이 없는 까닭에 애초 사흘로 잡았던 일정을 하루 줄였다고 한다.

특히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에 가깝다.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에 비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훨씬 더 집중시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굳이 따진다면 헌법보다는 권력운영 측면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이들은 생뚱맞은 방향으로 문제를 호도했다. 오죽하면 권영세 의원이 기자들에게 “주류라는 분들이 권력집중을 얘기하는데, 그러면 3년 동안 권력집중을 하지 말았어야지”라고 꼬집을 정도였다.

결국 한나라당의 이번 개헌 의총은 흥미와 열기를 전혀 찾을 길 없는 낙제점 정치행사에 불과했다. 사실 지금 개헌에 명분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민 여론도 개헌에 냉소적이다. 굳이 이번 개헌 의총의 성과를 꼽자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개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쯤에서 개헌 추진 동력이 없음을 선언하고, 논의의 마침표를 명료하게 찍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되레 당내 기구로 개헌 관련 특별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했다. 숨은 의도는 짐작이 된다. 청와대와 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들로서는 개헌을 당장 힘있게 추진하지 못하더라도 불씨만은 남겨두자는 뜻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자파 의원들을 결속할 고리는 유지해보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권의 주류 세력이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도 되는 것인지는 정말 의문스럽다. 추진할 능력이 없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정치다. 맺고 끊음 없이 문제를 질질 끌고 나가는 구질구질한 행태는 정치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을 피곤하게 할 따름이다. 구제역과 전세대란 등 각종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개헌 논의에 힘을 낭비하는 문제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청와대와 친이명박계의 수준 낮은 정치놀음에 국민들이 언제까지 피해자가 돼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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