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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1 19:50 수정 : 2011.02.12 03:38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그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권력의 일부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9월 임기까지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외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것은 3주 가까이 타흐리르 광장을 메우며 민주회복을 요구했던 이집트인들이 그에게서 듣고자 했던 답이 아니다. 분노한 이집트인들은 전국 곳곳에서 그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다. 자칫하다간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거나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소용돌이로 빠져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바라크의 사임 없인 현재의 위기가 해소되기 어렵다. 그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집트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나, 자신만이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허황된 망상을 거두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무바라크의 행태로 볼 때 그가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집트 현실 정치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군의 구실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집트 군부는 지금까지 무바라크와 시위 군중 사이에서 균형을 잘 지켜왔다. 무바라크의 연설 직전에는 ‘코뮈니케 1’로 명명된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대의 모든 요구는 충족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현단계에서 시위대를 위시한 이집트인들의 가장 큰 요구는 무바라크의 즉각 사임이다. 군은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군은 쿠데타에 대한 유혹을 접어야 한다. 쿠데타는 그들이 수호하겠다는 이집트나 이집트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다. 이집트인들은 지난 30년간 무바라크의 독재 아래서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빼앗긴 채 신음해왔다. 30년을 기다려온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총칼로 짓밟고 권력을 탈취할 경우, 군은 국민과 국가의 수호자에서 그 적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집트 사태가 지금과 같이 꼬이게 된 데는 미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사태 초부터 미국은 ‘질서있는 이행’을 강조하면서 무바라크를 잔류시킨 해결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런 해결책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이집트 국민들의 열망을 분명히 인정하고 지지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중동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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