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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알맹이 빠진 뒷북치기 전세난 대책 |
정부가 지난달에 이어 어제 또 전월세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민간 미분양주택의 임대 전환, 전세자금 지원한도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전세난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대책 마련 시기를 놓쳐 당장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장기적인 임대시장 안정을 위한 임대료 상한제 등 제도 보완 대책은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도 못했다.
정부는 민간 미분양주택의 임대 전환 때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등 많은 세제혜택을 주어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도록 했다. 공공 미분양주택의 임대 전환에 이은 진일보한 조처다. 하지만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미분양주택이 대부분 중대형이어서 집 없는 서민들의 전세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칫 여유계층의 다주택 보유만 조장할 우려도 없지 않다.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지원 한도를 가구당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늘리면 부족한 전세금 마련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금리도 연 4.5%에서 4%로 낮아져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전셋값 안정보다는 돈 빌려 더 비싼 전세금을 내게 하는 조처밖에 안 된다. 더욱이 지원 자격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돼 실제로 지원받는 서민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런 단기 대책에만 머물지 말고 공공 임대주택의 대폭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10%도 안 되는 현실에서는 장기적인 임대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11만호의 보금자리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또한 재개발 때 적용되는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20% 이상으로 강화해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고 반드시 임대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공급이 늘어나도 주거 약자인 세입자는 늘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세난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임대료 상한제나 임대시장 거래 투명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정책들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공공성이 강한 주택시장에서는 재산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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