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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소리 일삼은 ‘불통 청와대’, 부끄럽지도 않은가 |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연연하지 않고 국회에 등원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말을 꺼낸 청와대가 도무지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국회는 곧 정상화하게 됐지만, 대화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영수회담은 당분간 열리기 힘들어졌다. 2008년 9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단 한번도 마주앉지 않은 비정상은 또 이어지게 됐다.
청와대는 회담 무산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가당치 않다. 애초 “연초이니까 한번 만나야겠다”며 영수회담을 먼저 입에 올린 것은 지난 1일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도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약속했으면 앞장서서 성실하게 대화를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회담 준비 과정에선, 등원 뒤에야 만나자거나 예산과 법안 날치기에 대한 유감 표명조차 못하겠다는 따위 밀고 당기기만 있었다. 그런 조건을 걸지 않겠다고 민주당이 입장을 정한 뒤에도 청와대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대화를 하자는 진심이 있었다면 이럴 수는 없다. 통큰 결단은커녕 스스로 한 말을 뭉개려는 속좁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주장대로 국회 등원이 책임있는 정당의 당연한 책무라면, 야당이나 국회와 성실하게 대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다. 여야 수뇌가 만나 대화하는 게 정치적 시혜나 협상의 대상일 수도 없다. 대통령은 소통과 대화를 꺼리는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이 빈소리를 한 꼴도 걱정스럽다. 지금의 정치교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날치기를 압박한 이 대통령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그가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말해놓고선 정작 대화 성사엔 소극적이었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이 대놓고 힘을 싣는 개헌론이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확산하지 못하는 등 대통령의 말이 갈수록 무겁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터다. 이제는 야당이 정치복원에 걸림돌이 된 대통령을 아예 제쳐두겠다고까지 나섰다. 신뢰를 잃은 당연한 결과다.
국회는 파행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도 못한 채 정상화하게 됐다. 졸속 처리된 법안들부터 제대로 고치고, 날치기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구제역, 전세난, 물가 등 민생현안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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